*부자진 잔소리 (Photo by Writer)

사실 소설은 핑계랄까요. 최근 스스로 나 자체를 보여주고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는 잘 만든 콘텐츠나 이야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죠. 계속 이런 생각으로 창작을 하다 보니 제 자신이 결여되는 걸 느꼈어요. 나는 나 자체로 인정받고 싶고 내 자신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지만 제가 하는 작업에는 그런 걸 담아내지 못했던.. 그런 시간들이었어요.

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진솔한 내 모습을 바탕으로 팟캐스트와 뉴스레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것도 있었고요. 그래서 소설이라는 핑계로 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제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풀어낸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사실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운이 좋게도 소설가가 되었죠. 작가가 된 이후 저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었어요. 무엇이 나의 진짜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많았죠. 전 영상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리고 전시 기획도 하고 싶어요. 이렇게 혼재된 직업적 정체성이 있기에 방황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저는 저 3개를 다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여러 직업을 가지고 살고 싶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본적인 우선순위는 필요합니다. 작가가 된 이후로는 어떤 직업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 그래서 어떤 것에 더 힘을 쏟아야 할지 이런 것들을 많이 고민했었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이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였습니다. 소설이 제 메인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죠. 합리적 결정보다는 직감에 가까운 선택이었어요. 그래서 글을 계속 적어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글은 그냥 차기작을 준비하며 쓰면 되지 않나?”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을 핑계고”라는 말을 하게 됐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차기작으로도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작품의 메시지를 그냥 ‘나’로 정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 자체를 풀어내는 공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초경량에 제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적으려고 해요.

그래서 뉴스레터를 저의 일상, 순간, 생각, 고민이 담긴 공간으로 만드려고 합니다. 간단한 얘기를 길게 돌아온 것 같네요. 사실 그냥 내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하기는 부끄러워 소설을 핑계로 뉴스레터를 보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얼음과 섞여 뿌예진 압생트 (Photo by Writer)

님도 잘 아시다시피 제 뉴스레터의 이름이 초경량이잖아요. 처음 초경량이라는 이름을 적었을 때는 진중한 얘기도 가볍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벼운 얘기를 진중하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두 생각을 가지고 이름을 지었어요.

그러고 나서 가볍고 사적인 취향 탐방기 뉴스레터를 보내게 됐지만 어떻게 하면 초경량이라는 이름의 정체성을 잘 살릴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었어요. 초경량의 정체성에 진짜 나라는 내용을 담아내고 싶었죠. 그러다가 이번 크리에이터 트랙 종료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2주에 한 번 보내게 될 거 “부끄럽더라도 진짜 내 얘기를 해보자!” 이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초경량답게 진중한 내 이야기는 가볍게, 가벼운 내 이야기는 진중하게 소설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앞으로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지금의 생각에서 멀어질 수도 있지만 최대한 잘 지키려고 노력해 볼게요. 님도 이런 저를 응원해 주시고 제가 잘 갈 수 있도록 메시지도 보내주시고 하면 감사하겠습니다.

맞아요. 저는 제 얘기를 심각하게 말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소설이라는 핑계로 제 이야기를 적고 초경량이라는 이름에 기대 최대한 가볍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죠. 가끔은 이런 제가 유별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저 같은 사람도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요. 혹시 님이 그런 분 일지도 모르고요.

그간의 생각과 고민들을 두서없이 전해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매주 뉴스레터를 못 보내게 된 것도 마음에 걸리고요. 하지만 심사숙고 끝에 소설 초경량으로 변화하려 하니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초경량이지만 진솔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님과 구독자님들께 다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뉴스레터는 동지에 보내게 될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제 이야기가 잘 녹아든 소설 초경량을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꾸준히 뉴스레터를 열어봐 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특히 이 글을 읽고 계신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초경량은 인간 김지후가 꾹꾹 눌러담긴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초경량 작가 김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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