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경량 에디터 김지후입니다. 11월 5주차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요 며칠 눈이 엄청 왔네요. 님은 피해가 없으셨나요? 눈이 와서 참 예쁘긴 한데 너무 많이 와서 출퇴근길에 고생이더라고요. 인스타 스토리를 보니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집을 못 가고 회사에서 잠을 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다들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뉴스를 보니까 스키 타고 출근한 분도 있던데 참 뭐랄까요.. 웃픈 일인 것 같아요.

금주의 추천곡은 Nat King Cole의 <Quizas, Quizas, Quizas (Perhaps, Perhaps, Perhaps)>입니다. 라틴 재즈라고 할까요. 눈과 함께 성큼 겨울이 된 요즘에 제가 디깅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이 곡이었어요. 왠지 여름에 들어야 할 것 같은 곡이지만 겨울에 들어도 좋더라고요.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고요.

겨울에는 캐롤을 많이 듣죠.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 꼬마전구 조명과 벽난로 분위기. 캐롤은 마음을 몽글몽글하면서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추위 속에 마시는 핫초코 같은 곡이랄까요.

하지만 라틴 재즈, 특히 오늘 추천드린 곡 같은 경우에는 전혀 다르죠. 이 곡을 들으면 “핫초코? 난 그런 거 모르겠고 데킬라나 가져와.” 콧수염 난 라틴계 아저씨가 호탕한 목소리로 외치는 장면이 떠오른달까요. 햇살과 바다와 나른함이 묻어있는 곡. 이 곡이 지금 좋은 이유는 어쩌면 제가 여름을 그리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비록 얼마 전에는 폭설이 내렸지만요.

님은 눈이 온 날 여름의 푸른 바다를 상상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살얼음이 낀 미끄러운 길바닥을 걸으며 이 노래를 들으면 여름 바다가 떠오를지도 몰라요.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눈도 좋지만 제가 꿈꾸는 삶은 남미의 푸른 바다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겨울이니 겨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컷 즐겨봐야겠죠. 아무리 여름 바다가 좋다해도 캐롤을 들으면 자연스레 가슴이 두근거리죠. 실컷 겨울을 즐기시다가 문득 여름이 그리워지시면 오늘 추천드린 곡을 들어보세요. 눈 내린 거리를 걸으며 여름 바다를 상상하는 일은 꽤나 낭만적일지도 모르니까요.

*금주의 추천곡

Nat King Cole - Quizas, Quizas, Quizas (Perhaps, Perhaps, Perhaps)

*금주의 추천 플레이리스트

클리어 케이스 비츠

자다 깼는데 날이 어둡더라고요. 그래서 뭐지 싶어가지고 창문을 열었더니 아니다 다를까 눈이 엄청 와있었죠. 마음이 순박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하얗게 되어버린 세상. 저는 그날 나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점심 배달을 시켰죠. 하지만 아뿔싸. 눈을 오랜만에 봐서 그랬을까요. 눈이 온 날에는 배달이 엄청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죠.

배달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어요. 식당 위치를 찾아보니 집에서 가깝더라고요. 그래서 식당에 전화해서 포장해 가겠다고 했죠. 투덜투덜거리며 밖을 나왔는데 세상에. 눈이 정말로 많이 왔더라고요. 당연히 배달이 못 오겠다 싶었죠. 천천히 식당 쪽으로 걸어가니 초등학생들이 신나게 눈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옆에서 눈 쌓인 풍경을 슬쩍 찍었죠.

그렇게 이번 뉴스레터 금주의 시선 사진이 탄생했어요. 솔직히 밖으로 나오기 귀찮았는데 눈이 예쁘게 쌓인 광경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소확행이랄까요? 아 물론 출퇴근하신 분들은 하루종일 눈 때문에 골치가 아프셨겠지만요. 교통을 생각하면 눈이 참 밉지만 그래도 눈은 참 예쁜 것 같아요. 맨날 사고 쳐서 짜증 나지만 너무 귀엽게 생긴 강아지 같달까요.

이번주의 주요 장면으로 다들 눈 내린 풍경을 떠올리실 것 같아요. 비주얼이 강력하긴 하죠. 온 세상이 하얀색이라니! 포실포실 눈이 쌓인 광경을 보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것 같아요. (아 물론 군대에서는 안 그랬지만요. 제설 지옥..) 님은 눈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이누이트들은 눈의 종류를 수십 가지로 나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두 개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요. (이게 다 군대에서 제설을 많이 하다 보니 알게 된..) 저는 눈을 마른 눈과 젖은 눈으로 구분해요. 마른 눈은 싸라기 눈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른 눈은 쌓이긴 하는데 잘 안 뭉쳐요. 그래서 바람이 불면 잘 날아가죠. 그리고 잘 안 뭉치다 보니 금세 녹고 빙판길도 잘 안 생기고요.

반면 젖은 눈은 우선 무거워요. 함박눈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물이 많아서 잘 뭉치죠. 그래서 치우기도 더 힘들고요. 젖은 눈은 빙판길이 생기기 쉬워요. 제대로 치우지 않으면 바로 얼음이 되어버리죠. 예쁘기는 젖은 눈이 예쁘지만 언제 얼어버릴지 모르니 조심해야 해요. 혹시라도 제설(?)할 일이 생기신다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요ㅋㅋㅋㅋㅋ

*금주의 추천 장소

겨울 분위기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노포 오뎅바

(항상 사람 많으니 일찍 가시는 걸 추천드려요)